경제통합의 의의
경제통합이란 두 나라 또는 여러 나라가 협정으로 상호간 관세 및 비관세벽을 철폐하여 상품 및 서비스와 생산요소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협정국간 이익의 공유를 목표로 지역주의적 입장에서 배타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지역무역 협정이라고도 부른다.
전통적으로 경제통합은 정치적, 경제적인 공통 목표하에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 문화와 생활수준이 유사한 국가, 경제발전 정도와 동일성이 높은 국가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경제통합 현상은 지리적 근접성, 문화적 동질성 또는 경제발전 단계의 유사성 등이 거의 없음에도 무역촉진과 경제적 교류확대를 위해 경제통합을 이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리적으로 원거리에 있는 국가간에 경제통합을 이룬다 하더라도 그것이 협정을 맺은 특정 국가간에만 배타적인 이익공유를 목표로 하는 이상 지역주의적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
이와 같이 경제통합이 역내우선주의, 역외차별주의에 입각하고 있으므로 일각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블럭경제권과 같은 것이 아닌가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1930년대의 경제블럭화는 당시 선진 자본주의국들이 경제개발 단계가 뒤진 저개발국을 식민지화함으로써 형성되었다. 식민지를 통해 블럭경제권을 구축했던 나라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이다. 이들은 19세기 후반부터 성장한 자본주의 경제가 독점단계로 이행됨에 따라 상품수출, 자본수출, 원료확보에서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시장 확보를 위해, 저개발국을 식민지나 속령 또는 속국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들은 식민행정 시스템, 자본수출, 관세, 수입허가제, 수입할당제 외환관리, 지불협정, 군사적 위협 등 여러 가지 직, 간접적 수단을 통해 본국을 핵심으로 하는 블록경제권을 형성하고 조직적으로 식민지를 수탈하였다. 또한 본국의 독점자본에 의한 직접투자기업은 식민지에서 싼 값으로 토지나 자원을 확보하고, 기아 수준의 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해 초과이윤을 획득하였다. 아울러 현지를 소비시장으로만 이용해 저개발국이 독자적으로 공업화하는 길을 막았다. 참여당사국간 호혜적 입장에서 이루어지는 오늘날 경제통합과는 출발과 목적부터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WTO 다자주의와 지역경통합
WTO 체제는 무차별적 혜택부여인 최혜국대우와 내국민대우를 원칙으로 삼는 다자주의를 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교롭게도 11995년 WTO 체제가 출범한 이후에 오히려 배타적 특혜부여를 근간으로 하는 지역경제통합이 급증하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났다. 살펴보면 이러한 현상이 촉발된 것은 WTO 체제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기보다 20세기 후반 느슨한 경제통합체에서 시작해 고도의 통합단계인 유럽연합으로 발전한 유럽의 경제통합과, 이에 대응해 1994년 1월 발효된 북미지역의 지역경제통합체인 NAPTA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계경제를 좌우하는 2대 거대경제권에서 가동된 이들 경제통합체는 여타 국가들로 하여금 경제통합에 참여하지 않고는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렵겠다는 위기감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따라서 세계 각지에서 우후죽순처럼 지역경제통합체가 결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나아가 WTO 체제가 출범한 이후 처음 시도된 다자간협상인 도하개발아젠다가 기대와 달리 순조로운 척을 보이지 못한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역사상 유래없이 국제법적 효력을 갖춘 강력한 WTO 체제가 발족하였음에도, WTO의 최혜국대우 원칙이 배제되는 베타적인 성격의 지역경제통합이 가능한 것은 GATT에 있는 예외인정 규정 때문이다. GATT는 1947년 출범당시부터 제24조에 자발적인 협정을 통해 일부 국가들이 협정당사국에 보다 밀접한 경제적 통합을 이루어 무역의 자유화를 증대하는 것이 세계무역의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규정하였다.
다만,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었다. 하나는 관세동맹이나 자유무역지대 등을 결성함에 있어 대외적으로 동 협정의 당사국이 나는 나라와의 무역에서 적용되는 관세 또는 기타의 상업적 제한이 해당 관세동맹 등이 결성되기 이전에 적용되던 관세 또는 기타의 상업적인 제한의 일반적인 수준보다 높거나 더 규제적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내적으로 역내국간에는 실질적으로 모든 무역을 대상으로 관세장벽이 철폐되어야 함과, 이러한 철폐는 합리적기간내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건부이긴 하나 원칙적용의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이 규정은 1994년 GATT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 이에 근거해 WTO 회원국일지라도 도지역경제통합이 가능한 것이다.
다자주의 대신 지역주의에 의해 세계전체의 통상확대와 그로 인한 후생증대가 가능한 것일까? 이에 대한 한 관점을 제공해 주는 것이 차선의 이론이다. 이 이론은 1950년대 중반 립시와 랭커스터에 의해 관세동맹이론에서 후생경제학이론으로 일반화되었다. 이에 따르면 시장의 실패가 존재하는 경우에 최의 해결은 각 시장실패를 동시에 치유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만약 경우에 따라 제도적이거나 정치적 이유로 치유가 불가능한 어떤 부문에 시장실패가 존재한다면,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 효율적 해결조건을 충족하는 부문이 많을수록 경제전체의 자원배분이 더욱 효율적일것 같지만 대부분 경우에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차선의 이론은 여러 가지 경제개혁 조치를 추진할 때 비합리적인 측면들을 점차로 제거해 나가는 점진적 접근법이 때때로 예기치 않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해 준다. 모든 비합리성을 일거에 제거하지 않고 그 중 일부분만을 제거한다면, 그 결과로 나타나는 사회의 상황이 예전에 비해 더 못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논리를 지역경제통합에 적용해 보면 전 세계적인 자유무역이라는 최선의 해결책이 현실적으로 달성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중 일부만 해결되는 지역경제통합은 그 통합체가 증가한다 하더라도 세계 전체로 보아서는 그것이 바람직한 것이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경제통합의 형태
경제통합은 여러기준을 적용하여 분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그 통합정도에 따라 부분적특혜협정, 자유무역지역, 관세동맹, 공동시장, 경제동맹, 완전한 경제통합으로 구분한다.
경제통합은 단계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도 하지만, 반드시 그와 같이 낮은 단계에서 고도화된 단계로 변해 가는 것만도 아니다. 또한 특정지역에 국한되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경제발전단계에 따라 더 고도한 형태의 경제통합체가 결성되는 것도 안다. 각국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경제통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각 단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부분적 특혜협정
부분적특혜협정은 2개국 이상의 국가들이 통상확대를 목적으로 상호간 수입되는 일부 상품에 대해 자국의 수입관세를 경감시킬 것을 합의하는 협정형태를 의미한다. 비회원국에 대해서는 각국이 원래 적용하는 관세를 그대로 유지한다. 예를 들면 아시아태평양협정에 의해 우리나라와 중국, 라오스, 스리랑카, 인도, 방글라데시가 일부 품목에 관세를 양허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부분적 특혜협정은 일부 개발도상국간에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다. 선진국간 부분적 특혜협정은 체결되더라도 WTO 협정에 따라 최혜국대우원칙이 적용되므로 의미가 없지만 개발도상국간의 특혜는 최혜국대우원칙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다르다. 그러나 PSA와 같이 일부 품목에 대한 다자간 관세인하협정 또는 특혜무역협정을 하나의 경제통합체로 보지 않는다.
자유무역협정
자윰역협정은 2개국 이상이 협정을 통해 재화의 수입관세를 철폐하는 지역경제통합체이다. 협정에 포함되는 재화에는 상품만을 대상으로 할 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서비스와 투자까지를 포함한다. 그런데 자유무역협정에서 수입관세를 철폐한다 하여 일시에 모든 관세를 폐지하는 것은 아니다. 체약당사국들의 산업경쟁력 등을 고려하여 일부 품목은 협정 발효와 동시에 철폐하고, 일부 품목은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철폐한다. 또 일부 품목은 관세경감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기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협정의 명칭도 다를 수 있다. 한 예로서 한-인도 자유무역협정에서는 인도측의 요구를 수용해 CEPA라나 용어를 사용하였다. 일반적으로 CEPA와 FTA 는 명칭만 다를 뿐 사실상 동일한 성격을 가진 협정으로 받아들여진다. FTA에서는 협정체결국이 아닌 나라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대한 관세의 부과는 각 협정국이 독자적으로 관세를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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